어디에나 어디에도
결혼 10주년을 맞이하여 떠난 제주여행에서 아내가 사라졌다!
묘연한 아내의 행방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소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아내, 찾지만 찾지 않는 남편에 대한 짧은 여행의 기록.
〈본문 중에서〉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찾은 제주에서의 3박 4일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부에겐 흔치 않은 사흘간의 일탈은 곧 일어날 중대한 사건으로 인해 대책 없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니까요. 되게 이상한 건데, 그걸 모르시나 봐요.”
-조급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용히 뒤로 걸어가 “여보” 하며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잡는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가 비명을 냅다 지르며 뒤돌아본다.
-눈앞에서 목도한 불가해한 현실을 쉽게 정리할 수도 주워 담을 수도 없어 허겁지겁 호텔 방을 빠져나온 영호는 1층 로비로 내려와 의자에 앉는다.
- 영호는 그녀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만 어떤 불안이 그녀 내부에 똬리를 틀고 앉아 조용히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쯤은 감지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을 필요가 있다. 겁먹지 말고 이제는 아내의 실종을 인정해야 한다고 영호는 자신을 설득한다.
-그곳에 머물던 자들의 흔적이 말끔히 사라져 그새 낯설어진 객실 내부를 마지막으로 일별한 후 영호는 짐을 들고 방을 나온다. 꾸역꾸역 살아내야 할 내일을 위해 바삐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