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스크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바실리스크를 소재로 한 단편이다.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죽게 만드는 공포의 존재에 고딕 소설의 풍부한 질감을 입힌 수작이다. 특히 작가 특유의 비극과 공포뿐 아니라 관능적인 분위기가 뛰어다나는 평을 받는다.
〈책 속에서〉
마리나는 내 항변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녀는 내 영혼과 육체를 갈가리 찢는 사랑보다는 파리스의 심판이 그려진 머플러에 비너스의 손을 수놓는 일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일곱 번째 바늘땀을 마칠 때까지 나는 극도의 절망 속에서 기다렸다. 이윽고 나는 격렬하게 소리쳤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군!”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휴식을 방해받은 사람처럼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내 말 들어봐요.”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을 돌로 만들어버린다는 괴물이 있는데, 바실리스크라고 하죠. 어렸을 때 나는 바실리스크를 봤어요. 나는 돌로 변했죠!”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동안, 나는 그녀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멍해 있었다. 나는 비밀스러운 그녀의 삶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었다. 다른 여자는 감히 그녀의 생각을 따라할 수도 없고, 그녀만이 말하고 이해하도록 허락된 비밀 말이다. 그러나 딱해라! 그 비밀의 힘은 언제나 행복의 성취로부터 그녀를 멀어지게 만든다. 그녀는 다정했다가도 어느새 차가워졌다. 순수한 지혜를 말하다가 경멸에 찬 입술과 눈으로 말을 멈추었다. 그 기이함이 처음에는 내 열정을 깨웠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