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거울 속에서

거울 속에서

저자
발레리 브류소프
출판사
바톤핑크
출판일
2021-12-29
등록일
2022-01-2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PC PHONE 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현황
  • 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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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거울 속에서」는 첫 문장부터 거울이 나르시시즘의 설정임을 숨기지 않는다. 작품의 전체 얼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거울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고 이 탐닉은 성장하면서 고착과 강박에 가깝게 발전한다. 거울 표면에 의해 분리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나는 위기를 맞는다. 진짜 “나”는 누구인가? 거울 밖의 나인가 거울 속의 나인가? 이 두 개의 "나"가 서로를 적대시하면서 싸움을 시작한다. 단순히 주도권을 쥐려는 초반 양상과는 달리 점점 더 치열하고 치명적인 게임으로 확전된다. 나르시시즘의 혼란과 분열 양상도 실재와 비실재, 삶과 죽음, 신성과 악마성, 창조와 모방 등으로 무한 확장된다. 데카당스와 상징주의의 영향이 짙은 작품들을 발표한 러시아 작가 브류소프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단편이다.

〈책 속에서〉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거울을 좋아했다. 유아 때에는 거울의 투명하게 정직한 깊이를 들여다보며 울먹이고 몸을 떨었다.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하던 놀이는 거울을 들고 방이나 정원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거울의 심연 속을 응시하며 또 매 걸음마다 그 심연의 가장자리를 넘으면서 현기증과 공포로 숨이 막히곤 했다. 소녀 시절에 방안 구석구석 거울을 놓아두기 시작했는데, 크고 작은 것, 평면이거나 볼록한 것, 또렷이 비추는 것과 약간 흐릿하게 비추는 것 등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나는 매시간, 하루 종일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로 흔들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교차의 한복판에서 시간을 보내는 버릇이 생겼다. 그 소리 없는 거리 그 메아리 없는 풍경에, 같은 시공간임에도 우리의 실세계와 유리되어 있는 그 거울의 세계에 나를 비춰보는 것이 묘한 열정이 되었다. 유리의 매끄러운 표면에 의해 분리되어 연장된 현실은 만져지지 않는 손길로 나를 그 속으로 끌어당겨서 심연과 신비를 향해 이끌어갔다.

거울에 가까이 다가갈 때면, 언제나 내 앞에 서서 기이하게 내 존재를 이중으로 만드는 그 환영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거울 속의 여자가 나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내 오른손이 그녀의 왼손이 되는지, 어떻게 한 손가락에 내 결혼반지를 끼고 있으면서 모든 손가락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지 알아내려고 골몰했다.

그 수수께끼를 증명하고 해결하려 할 때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누구든 만질 수 있고 어떤 목소리든 들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나는 진짜 살고 있다. 반면에 관찰만 할 수 있는 저 반사의 세계 속 그녀는 환영으로 살고 있다. 그녀는 거의 나 자신이면서 여전히 완전한 나는 아니다. 내 모든 동작을 따라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정확히 내가 만든 동작과 일치하지 않는다. 맞은편의 저 여자는 내가 추측하지 못하는 뭔가를 알고 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비밀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각각의 거울마다 독립적이고 특별한 세계가 있음을 간파했다. 똑같은 곳에 두 개의 거울을 하나씩 놓아보면, 두 개의 다른 세계가 생겨난다. 내 앞에 놓인 각각의 거울에서 다른 환영들이 일어서는데, 모두 나와 비슷하면서도 서로 완전히 닮지는 않았다. 조그만 손거울에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맑은 눈망울의 순진하고 아담한 소녀가 살고 있다. 둥그런 내실 거울에는 애무의 달콤함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뻔뻔하고 자유분방하며 아름답고 대담한 여자가 숨어 있다. 옷장 문에 달려 있는 직사각형의 거울에는 언제나 엄하고 고압적이며 차갑고 가차 없는 여자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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