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티푸스 메리
음식 솜씨가 괜찮았다. 제법 능력 있는 요리사, 메리 맬런 얘기다.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주로 부유한 가정의 입주 요리사로 일했다. 첫 인상은 범상치 않다. 운동선수의 피지컬과 사자의 심장을 가진 여자. 눈빛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까지.
이런 메리에게 혼쭐 난 사람 중에 이 글의 저자 조지 소퍼도 포함된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마다 장티푸스가 남았다. 검체를 채취하기 전까지 메리는 소퍼의 눈에 걸어 다니는 흉기였다. 그녀를 체포하고 격리하는데 건장한 경찰 다섯이 출동했다. 검사를 한 후에 메리는 걸어 다니는 장티푸스균 생산자가 됐다.
강렬한 인상과 행보처럼 메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확 갈린다. “희생양”, “제일 큰 피해자”, “마녀”, “이기적이고 뻔뻔한 국민 민폐녀” 연민과 비난이다. 이 글은 건강 보균자, 장티푸스 메리를 최초로 발견한 위생 공학자 조지 소퍼의 「장티푸스 메리의 기묘한 이력」을 번역한 것이다. 유명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메리 맬런의 짧은 연대기에 속한다. 특정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보다 저자의 주관적 개입이 있는 것 같으니 감안해서 읽으면 좋겠다. 원제를 부제로 빼면서 “기구한”이라는 역자의 감정적인 편견도 추가되었다.
〈책 속에서〉
메리 맬런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티푸스 보균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내가 그녀의 발견을 알린 논문이 《미국 의학협회 저널》(1907년 6월 15일)에 실렸고, 그로부터 8년 뒤 뉴욕시에 의해 격리된 상황까지 그녀의 이력을 추적하여 그 결과를 군진의학회지 《밀리터리 서전The Military Surgeon》(1919년 7월)에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출간된 수많은 참고문헌에서 이런 권위 있는 출처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오류가 없을 거라고 예상되는 지점에서 오류들이 나왔고, 이 오류들이 복제되고 때로는 상술됨으로써 사실과 크게 다른 설명들이 날조되어왔다. 내가 생각하기에 장티푸스 메리에 대한 진실은 그녀에 대한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흥미롭기 때문에 여기서 의료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일들을 전하게 된 것이 기쁘다.
나는 메리 맬런을 32년 전 그러니까 1907년에 처음 만났다. 당시 그녀는 40세가량의 나이였고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 한창 때였다. 약 168센티미터의 신장, 맑고 파란 눈동자와 금발, 건강한 안색과 꽤 단호해 보이는 입과 턱을 지니고 있었다. 메리는 균형 잡힌 몸매를 가졌고 약간 과체중이 아니었다면 운동선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녀는 자신의 체력과 지구력을 자랑했고 당시에 또 그로부터 수년 동안 그것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사고방식을 제외하고 그녀의 가장 큰 특징은 걸음걸이였다. 이 두 가지 즉 걸음걸이와 사고방식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그녀의 긴 격리 기간 동안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메리가 여자보다는 남자처럼 걸었고 사고방식에서도 남성적인 특성이 분명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