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지 마 물어버릴 거야
첫사랑VS까칠한 직장상사
현대소설/삼각관계/우연한만남/재회물/첫사랑/트라우마/까칠남/다정남/후회남/잔잔물
어렸던 첫사랑은 거절과 함께 끝이 났다.
하지만 여렸던 마음의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를 다시 만난 그날,
난 그를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왜 자꾸만 마주치는 거니.
꿈을 좇아 직장을 그만둔 후,
까칠한 완벽남인 줄 알았던 직장 상사가 친오빠의 친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과는 다른 의외의 모습으로 장난을 걸어오는 이 남자.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 친숙함은 대체 뭘까.
사랑 따위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한 아선.
그런 그녀를 다시 찾아온 첫사랑과
기억 속 잊혔던 옛 인연.
뭐, 뭐야!! 난 외롭지 않다고! 다가오지 마! 물어버릴 거야!
* * *
내 술주정은 키스나 뽀뽀 따위가 아니었다고! 진짜 문단 말이야!
“이건 실장님 탓이에요. 왜 가만히 있는데 건드려요? 저 사과 안 할 거예요.”
“…하지 마. 내 탓이니까.”
그래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것을 보니 쪼끔 죄송하긴 했다. 그러게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데요. 왜 그렇게 잘나서 날 흔들어요. 아, 아쉽네. 진짜 물어 버릴 걸 그랬나? 아서라. 술 아직 안 깼나 보다. 그런데 누가 말린 거지?
“정아선, 아는 사람이야?”
“……넌 또 왜 여기 있어?”
어깨를 감싸 실장님에게서 나를 떼어 낸 건 그 녀석이었다. 말끔한 슈트에 백팩을 멘 녀석은 실장님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발치에 자전거가 꼴사납게 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 퇴근했나?
“너 백수 아니었구나.”
“지금 그게 중요해?”
나름 걱정했었는데. 버럭 화를 내는 녀석을 보고 궁금증을 잠시 접어 두었다. 그런데 어떻게 녀석이 결정적일 때 딱 나타날 수 있었던 거지? 보나 마나 주훈이가 연락했을 확률이 9할 이상일 테지. 그래도 근 일주일 만에 녀석을 다시 보니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사라졌다. 와, 홀가분해. 이렇게 좋은 걸 난 왜 몰랐을까.
녀석이 넘어진 자전거를 챙기러 간 사이, 물린 자국을 빤히 노려보던 실장님이 그 시선을 고스란히 내게 보냈다. 살 떨리게 무섭습니다. 취기가 싹 가시네요. 실장님 탓이라고 인정했으면서 내게 화내는 겁니까? 그렇게 보면 내가 깨갱할 줄 알아요?
나도 눈빛을 똑같이 쏘아 주었다. 몇 번 눈썹을 꿈틀거리던 실장님은 피식 웃고는 내 머리를 이리저리 헤집었다. 안 그래도 엉망으로 삐져나왔던 머리가 더 엉망이 되고 있었다. 실장님, 이거 소심한 복수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누구십니까?”
내 앞에 서서 실장님의 팔을 슬쩍 밀어낸 녀석이 대뜸 물었다. 실장님도 녀석도 180을 훌쩍 넘어 저 넓디넓은 등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이건 마치, 날 보호하는 것 같잖아. 가해자는 난데?
“그러는 너는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