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울지 않았다
5월은 어머니,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신 달입니다. 한 달이나 남았는데 내 몸 여기저기가 벌써부터 시려 옵니다. 부모 자식 세포가 공명하면서 몸 이곳 저곳에서 울기 때문입니다. 두 분 살아 생전에 싸우지 않던 형제는 들키지 않는 냉전을 시작합니다. 착한아이증후군을 앓아서 아파도 울지 않았던 후유증이 아닐까요. 아가페 사랑을 남기고 가신 부모님이 형제의 깊이, 가족의 두께를 일러주지 않았을 리 만무한데, 문해력이 부족한 형제들의 아픔은 무엇으로 치유할까요.
생각하는 힘 하나 갖고 벌거숭이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서 까맣게 나를 잊었습니다. 문명의 굴뚝 연기에 가린 하늘과, 자본의 폭주에 뒤틀린 땅 사이에서 머리는 커지고 가슴은 쪼그라들어 기형이 된 내 모습에 놀랍니다. 직장을 벗고 도회지를 벗고 청정 하늘이 드높고, 별빛 먹는 강물이 흐르는 마을로 내려와 어른을 벗어갑니다. 삼라만상을 뒤적이며 질문을 던지고, 작은 일을 사랑하며 타고난 무늬를 캐갑니다.
프롤로그, 깊은 초록에 밴 엘레지
1부 착한아이증후군
ㅁ 반듯한 사람 씨앗
ㅁ 쓸 데 없는 것 묻지마라
ㅁ 싸우지 말고 살거라
ㅁ 학교와 사회가 덧씌운 멍에
ㅁ 고개 쳐드는 떡잎은 물을 먹지 못했습니다
2부 아가페 사랑
ㅁ 부모님의 보호자석
ㅁ 투명인간, 어머니 연가
ㅁ 아버지의 우주
ㅁ 5월이 푸르른 까닭
ㅁ 이삿짐은 왜 초라해 보일까요
ㅁ 하지 않아서 더 아픈 지점
3부 싸우지 않아서 앓는 병
ㅁ 요양원에서 할 일
ㅁ 행간의 뜻
ㅁ 수수께끼 형제 관계
ㅁ 꺽꽂이된 나뭇가지
에필로그, 가족의 두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