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그린다
물을 덜어내고, 물을 더 해주며 나는 지금 캘리수채화를 그리는 중이다.
캘리수채화는 나의 시간과 인생과 닮은 것 같다.
구도를 잡고 물과 물감을 연하게 섞어서 칠하고. 진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은
물감을 조금 더 사용하고 연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진하게 표현되었을 때는
물을 더 첨가하여 보거나 휴지로 가볍게 닦아내어 나의 생각대로 그려내는 것이다.
6년 가까이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중에 캘리수채를 겸해서 하고 있다.
언젠가 시를 쓰면서 마음과 시에 잘 어울리는 캘리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강의 준비를 하다가 막히거나 쉬고 싶으면 다른 방으로 옯겨 캘리그라피를한다.
물과 물감의 농도를 보아가며 덧칠하는 기법을 배워가는 중에 하나의 습관이 생겼다.
사물을 볼 때 조금 오래도록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다.
당연히 잘 그려내고 싶은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오는 행동이다.
찾을 수 없는 봄 소풍의 보물찾기 쪽지 같은 신춘 문예의 절망은
화선지위에서 물을 더하고 물을 덜어내고,
덧칠하고 뿌려주는 과정과 방법으로 완성되는 인생을 알려주었다.
한 번으로 완성되는 일이 있는가!
그 하나만으로 전체라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덜어주고 덧칠하고 말려주고 또 덧칠하여 완성해 내는 수채화처럼
우리 모두의 시간 시간에 이 작업을 한다면
우리는 느긋하고 평온하고 귀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믿으며 이 책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