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할로윈에 읽을 만한 단편 4편을 수록했다. 앞서 출간한 「마녀 집회」, 「핼러윈 맹세」, 「나이트메어 로드」에 새로 「저들을 영원히 멸하소서」를 추가했다.
「마녀 집회 Witches’ Sabbath」
「마녀 집회」는 전기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중세 로맨스다. '또 다른 할로윈'으로도 알려진 '발푸르기스의 밤'이 배경. 타락한 기사 하게크와 그를 마지막까지 모시는 수습기사 에노가 어느 외지고 험준한 산을 찾아간다. 하게크가 죽은 연인을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어 오컬트의 힘을 빌리려는 것인데,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산에 기거한다는 은자이자 성직자다. 그러나 이 시점은 대대적인 마녀 집회가 열리는 날. 말 그대로 복마전 한복판에서 형제간의 삼각관계, 또 다른 사랑, 복수, 어둠의 힘과 일전 등의 여러 사건들이 잇따른다.
「핼러윈 맹세 The Vow on Halloween」
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핼러윈 파티에서 한쌍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인다. 여자는 1년간 깊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난 줄 알았던 시련이 되살아난다. 이로써 1년 전 똑같은 핼러윈 밤에 그녀를 옭아맸던 사악한 남자의 맹세가 실현된 셈.
「나이트메어 로드 The Nightmare Road」
사냥꾼 산막을 운영 중인 드레이퍼가 핼러윈에 겪은 기묘한 일들을 산막의 손님들에게 들려준다. 드레이퍼는 독일의 하르츠 산맥 지역을 도보로 여행하다가 핼러윈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인근 주민들의 경고를 받지만 무시한다. 주민들을 미신적이라고 치부하고 기세 좋게 길을 가던 드레이퍼는 오컬트, 악마 숭배 등의 기괴한 일들을 목격하고 위험에 빠진다.
「저들을 영원히 멸하소서Et in Sempiternum Pereant」
기독교 환상문학의 거장, 찰스 윌리엄스의 단편이다. 기독교적 주제와 색채가 강하고 상당히 형이상학적이라는 점은 작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단편의 주인공 아글레이 경은 윌리엄스의 장편 『다차원』에 등장했던 인물. 전직 판사인 아글레이는 어느 시골집에 프랜시스 베이컨의 미출간 원고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을 찾아간다. 버스를 타려고 아주 으슥한 시골길을 걷지만 버스는 오지 않고 왜곡된 시간 감각만 찾아온다. 결국 길을 헤매다 발견한 오두막 한 채. 아무도 없는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괴이한 오두막이다. 오두막 안에도 문이 두 개. 하나는 지하(지옥)로, 하나는 위층(천국)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맞닥뜨린 괴물인지 사람인지 모를 존재.
나이 들어감과 시간의 성찰, 천국과 지옥의 기독교적 이미지, 애증과 복수의 감정 외에도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굉장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허망한 느낌. 강렬하게 등장한 유령마저 결국엔 형이상학적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제임스 플랫(James Platt)
영국의 언어학자이자 저술가. 고대 앵글로색슨어 학자로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과정에 참여했다. 21세에 이미 언어학회를 통하여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25세에 여러 유럽언어에 능통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도유망했던 그의 앞날은 표절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표절로 판정되면서 학회와 연구 활동에 제약을 받았는데, 이 기간(1894년)에 출간한 것이 6편의 공포 단편을 묶은 『초자연 이야기Tales of the Supernatural: Six Romantic Stories 』다. 이후 다시 연구 활동을 재개하면서 다양한 학회지에 논문들을 속속 발표했다. 무엇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의 전설적인 인물인 제임스 머레이와 접촉하고 사전 편찬에 공헌함으로써 실추됐던 명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지은이 릴리언 헌틀리 해리스(Lyllian Huntley Harris)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인근 풀턴 카운티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어머니 매티 메이 헌틀리의 손에 자랐고 주된 생활 무대가 조지아 주 중부였다는 점 외에 개인 이력이나 작가 활동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많지 않은 작품 중에서 해리스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단편 「핼러윈 맹세」는 《위어드 테일스》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작가 사후 호러 선집에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수록했다가 바로잡는 등 작가로서는 불운했던 것 같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런 일이 한 두 차례 더 되풀이 되었다고 한다.)
지은이 플로런스 크로(Florence Crow)
1934년 《위어드 테일스》에 「나이트메어 로드」를 발표했는데, 이밖에 작가와 작품 활동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지은이 찰스 윌리엄스(Charles Walter Stantsby Williams)
영국의 작가, 신학자, 문학평론가. 1886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기자였던 아버지의 실명 증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가정 형편은 썩 윤택하지 못했다고 한다. 세인트 알반스 스쿨을 졸업하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 입학했으나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다. 18세인 1904년부터 한 감리교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 1908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 교정 보조원으로 채용된다. 이후 1945년 사망할 때까지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근무했다. 윌리엄스는 시, 문학 비평, 신학, 희곡, 역사, 전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왕성한 저작 활동을 펼쳤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가 런던에서 옥스퍼드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이주한 이후, C. S. 루이스와 R. R. 톨킨이 주축이었던 문학 토론 그룹인 ‘잉클링스Inklings’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루이스와 깊은 교감과 우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문학 평론가 콜린 맨러브(Colin Nicholas Manlove)는 20세기 기독교 판타지의 3대 작가로 C. S. 루이스와 T. F. 포이스에 이어 윌리엄스를 꼽기도 했다. 대표작으로 『천국의 전쟁War in Heaven』, 『다차원 Many Dimensions』, 『사자가 있는 곳The Place of the Lion』, 『황홀경의 그림자Shadows of Ecstasy』, 『지옥으로의 하강Descent into Hell』, 『할로윈All Hallows' Eve』등이 있다.
엮고 옮긴이 미스터고딕 정진영
함께 기획하고 번역하는 팀이다. 미스터 고딕은 생업을 하며 틈틈이 준비해 온 원고들로 전자책을 만들고 있다. 고딕 호러와 러브크래프트를 좋아하지만, 때때로 현실과 일상이 더 공포스럽다고 생각하곤 한다. 숨은 보석 같은 작가와 작품을 만날 때 특히 기쁘다. 그런 기쁨을 출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정진영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들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검은 수녀들』, 『잭 더 리퍼 연대기』, 『광기를 비추는 등대 라이트하우스』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