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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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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저자
서찬휘 저
출판사
생각비행
출판일
2018-04-02
등록일
2018-10-2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74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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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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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대적, 장소적, 역사적 배경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만화 문화”

《키워드 오덕학》(2017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으로 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을 정리했던 저자가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를 펴냈다. 이 책은 만화와 얽힌 장소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장소가 지닌 공간적 맥락과 역사가 만화와 어떻게 엮이는가를 찾고자 하는 탐구의 글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 가운데에는 흔적마저 사라진 곳도 있고 가까스로 버티는 곳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공간을 살던 사람들이 마셨던 공기를 그 자리에 서서 느껴보며 그 자리의 변화와 시간적 역사적 맥락을 떠올려보는 일이다. 모든 답사는 결국 그 지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답사’라는 말을 빌렸지만, 이전과 지금의 맥락을 살피며 재해석하고 조립하는 일은 그저 그땐 그랬다고 웃으며 넘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유·무형의 에너지로 삼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같은 추억을 향유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만화 문화와 얽힌 시공간을 찾아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N서울타워는 ‘남산타워’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남산 일대는 만화 전시와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이 열리는 장소이자 만화계 양대 단체인 한국만화가협회와 우리만화연대가 입주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시 안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공공시설로 손에 꼽히는 공간인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과거 한국통감부와 조선총독부가 있던 자리에 서 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제공하는 곳이 사실은 남산에 서린 치욕과 억압을 고스란히 감내한 공간에 들어서 있는 셈이다.
한편 이곳은 한국전쟁 중에 정동 청사가 폭파돼 임시 방송 체제를 유지하던 KBS(중앙방송국)가 1957년 사옥을 지어 올린 공간이기도 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옛 한국통감부 통감관저 자리 옆에 중앙정보부 본관을 세운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백성을 엄혹한 식민통치로 몰아넣은 경술국치의 장소 바로 옆에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납치, 고문, 용공 및 간첩 조작, 도청 등 온갖 폭압적 수단을 동원하는 기관을 세운 점은 박정희 군사 독재의 의식적, 역사적 맥락이 일제강점기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처럼 저자는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를 쓰면서 만화사(漫畵史)를 앞세우지 않고 우리의 만화 문화가 어떤 시대적, 장소적 맥락 위에 서 있는가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이 때문에 책에는 만화 이야기 이상으로 시대 배경과 근현대사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완전히 별개인 듯한 사안들이 절묘한 타이밍에 만화 이야기 안으로 엮여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기공룡 둘리를 기억하는 방식”

만화는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1983년 만화 잡지 《보물섬》에 연재된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인 둘리는 지금까지 사랑받는 캐릭터다. 1987년과 1988년 KBS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방영되면서 둘리는 그야말로 국민 캐릭터의 반열에 올랐다. 부천시는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를 설립하며 문화적 기조의 중심축으로 만화를 내세웠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인 둘리의 상징성을 빌리기 위해 부천시는 2003년에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선정해 명예주민등록증(830422-1185600)을 발급하고 관내에 둘리의 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캐릭터 조형물과 간판 이상의 것을 만들 여력을 남기지 못했다. 원래 송내로데오거리라는 상권이 자리했던 곳에 둘리 캐릭터를 억지로 붙인 결과기도 하겠으나 만화에도 거리에도 서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면 서울 도봉구는 ‘둘리의 고향’을 자처하면서 명예가족관계등록부에 둘리의 주소지를 ‘쌍문동 2-2’로 지정했다. 아울러 도봉구는 둘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도시 문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둘리뮤지엄을 개관하고, 둘리가 빙하를 타고 도착한 옛 김수정 작가의 집이 있던 현 쌍문 래미안 아파트 근처 우이천변 벽면(쌍한교-수유교 사이)에 둘리 벽화를 조성했다. 최근에는 지하철 쌍문역을 둘리 테마역사로 개편하기도 했다. 둘리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부천시에 비하면 도봉구는 둘리라는 캐릭터를 일상 속으로 잘 소개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도봉구의 둘리 사업 역시 쌍문동이라는 지역과 둘리뮤지엄, 우이천변이라는 공간성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을 부여하고 있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지점에서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의 저자는 만화란 창작자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에서만이 아니라 시대적, 장소적, 역사적 배경 위에서 태어나는 문화이기도 함을 강조한다. 만화 업계인들이나 충실한 독자층에게만 의미가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만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접했을 때도 ‘아, 이게 만화와 관련이 있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책에 나온 답사 코스는 걷기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부천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느긋한 마음으로 이 땅의 만화 유산을 답사하며 시대적, 장소적, 역사적 배경을 음미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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