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대
그 시절,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평범한 대학생 정유림,
우연한 계기로 소꿉친구 여준을 좋아하게 된다.
“자전거는 어떡해?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한 거 아니야?”
준이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내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목소리였다.
“저거 필요 없어. 자전거 원래 버리려고 했어.”
여준과의 술자리에서 도피하듯 들어갔던 편의점,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이도헌이 훅, 치고 들어온다.
“저기요. 진짜 죄송한데 안 바쁘세요?”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정중하게 물어봤다.
“내가 그쪽한테 반해서 그 바쁜 일들 다 취소하고 여기 앉아 있는 거잖아요.”
민낯으로 만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던 소꿉친구가 더 좋아질수록,
자꾸 마주치는 낯선 남자가 나를 더 좋아할수록.
나를 좋아해 주는 남자와 내가 좋아하는 남자 사이에서의 미묘한 줄다리기.
“근데도 좋아.”
짧게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 평범한 강의실 안이었지만 단둘만의 공간에 심장이 떨려온다.
“그대가 좋아.”
이번만큼은 거절할 수 없는, 애매한 감정이 싹터버렸다는 걸 알려주듯 그의 말이 마음에 한 글자씩 떨어진다.
그, 대, 가, 좋, 아.
그대가 좋아. 나의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