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장미요정
할머니는 우리 쌍둥이의 태몽 때문에 나를 미워하셨다고 한다. 장미요정의 동화였다. 구세기 안데르센이 자신의 사랑을 방해하는, 그가 사랑했던 여성의 형제들을 빗대어 썼다는 그 이야기에서 분명히 악마는 여동생을 사랑한 오빠에게 씌었을 텐데. 할머니는 그 이야기의 진짜 악마를 손쉽게 간파하셨다. 상냥한 연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친형제를 살인자로 만든 것도 모두 여동생의 탓이었다. 그녀만 없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는 스스로 장미의 요정이 되어 악마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고 하셨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나는 그저 에밀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