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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김한승 | 추수밭

출간일
2020-04-16
파일형태
ePub
용량
지원 기기
PC스마트폰태블릿PC
대출현황
보유1, 대출0, 예약중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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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개
저자 소개
목차
한줄서평

콘텐츠 소개

“나를 심연으로 빠뜨리는 우아하고 기묘한 상상” 〈환상특급〉보다 기묘하고 〈테마게임〉보다 아름다운 어른들을 위한 철학 그림동화. 살아가며 한 번쯤 마주치는 고민들을 동화처럼 소개한다. 이야기 자체로서도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기에 쉽게 읽으려면 호흡은 짧지만 여운은 긴 콩트 또는 에세이로도, 어렵게 읽으려면 감각적인 철학서로도, 읽는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비치는 책이다. “귀꺼풀이 돋아나고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바로 답하고 싶지 않은 인생에 대한 질문이 문득 떠오를 때, 일상에 작은 틈을 내는 그림 같은 철학, 철학 같은 그림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좌우명이다.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부터 사실은 외계인이 아버지와 몸을 바꾼 건 아닐까 의심해왔다. 언젠가부터 아버지와는 말이 전혀, 말 그대로 전혀 통하지 않아졌다. 아버지는 듣고 싶은 말만 들었고,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아버지는 세상이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믿을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날도 아버지는 어김없이 소파에 파묻혀 텔레비전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낯설어 보여 새삼스럽게 아버지를 불러봤다. 그러나 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거듭 부르다 지쳐 텔레비전을 가로막고 나서야 아버지는 나를 쳐다봤다. “뭐하다 지금 왔어? 밖이 얼마나 험한데, 하여튼 요즘 것들은 생각도 없고…." 여느 때와 같이 쏟아지는 잔소리에 안도하다가 문득 아버지의 귓가에 눈이 멈췄다. 아버지가 나를 돌아볼 때 그의 귀가 잠깐 깜빡인 것이다. 세상에 귀꺼풀이라니! 그런 게 달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날 이후 허둥지둥 집을 나와 독립했다. 집 밖으로 나와 살다 보니 아버지 말씀이 옳았다. 세상에는 이기적인 사람이 너무 많았고, 언제나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호되게 당했다. 출근하면서는 무례한 사람들이 내는 악다구니에 시달렸고, 퇴근하고 나서는 반지하방 위를 오가는 사람들의 소음으로 괴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신기하게도 나를 괴롭히던 소음들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듣기 싫은 말들은 적당히 거르고 듣고 싶은 말만 유도하는 요령도 생겼다. 들어야 하는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질 즈음이 되자 거친 세상에도 적응이 되었다. 나는 이제 얼굴도 흐릿해진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아버지, 살아 보니 말씀처럼 세상이 그렇게 거칠지는 않네요.' 소파에 파묻힌 채 텔레비전을 보며 맥주를 홀짝이던 어느 날이었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지만 꼼짝하기 싫어 창가로 눈을 돌려 못 들은 척하고 있으니 거짓말처럼 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스름한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보다 문득 낯익은 것을 발견했다. 서둘러 귓가를 만져보니, 내 귀에는 어느 샌가 귀꺼풀이 돋아나 있었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나 또한 아버지처럼 되고 말았다. “나는 오늘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을까?” 말은 짧게 여운은 길게, 철학자의 기묘하고 우아한 상상 47 어느 날 내비게이션이 사실은 길을 잘 모른 채 안내를 해왔다고 고백을 해온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세상이 미쳐버려 모든 것을 둘로만 나누게 되었을 때, 동료들이 다가와 토마토와 같은 중도우파 과일은 비겁한 맛이 나니 먹지 말라고 강요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어른스러움이 점수로 매겨져서 시시각각 측정되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어떤 어른으로 세상을 살아내야 할까? 만약 철학자라면 우리와 다른 선택을 할까, 아니면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을까. 늦은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숨에, 나는 눈을 감았다 하루에 한 번,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찾아온다. 불 꺼진 방에 누워 가만하게 천장을 쳐다보며 오지 않는 잠을 불러올 때다. 하루를 반추하며 문득 ‘오늘 나는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새삼스럽게 던지다 보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는 한동안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 생각들과 함께 쏟아지는 잠에 침잠할 것이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은 그렇게 심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직한 속삭임이 그리운 밤, 그림과 함께 보면 그럴 듯하게 어울리는 철학 우화다. 우리와 괴리된 고담준론이 아니라 때로는 절절하고 대체적으로는 쓸데없지만 일상에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철학적 고민들을 47가지 기묘하고 우아한 동화로 은유했다. 독자들은 철학자가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떠올렸던 기발한 상상을 마치 CF 한 편 보듯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접할 수도 있고, 친구와 술래잡기를 한 다음 어둑한 골목길을 따라온 그림자를 돌아보듯 두고두고 여운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낯설게 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굳이 거창한 철학적 고민이 아니라도 각자의 일상에서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개인적 체험과 공감으로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같은 글과 글 같은 그림, 아버지와 딸이 나눈 묘한 대화 한 장의 그림은 때때로 한 편의 글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보는 이가 곰곰이 들여다 본 시간만큼이나 사연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각 글을 시각자료로서 보충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미를 품은 그림을 매 에피소드마다 곁들여 독자들이 쉽게 다가가 쉽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삽화는 글쓴이의 장녀인 삽화가 김미현이 그렸다. 이러한 독특한 사연은 글쓴이 김한승 국민대 교수가 철학 논문을 쓸 때마다 재미있게 시작하고자 논문 도입부마다 삽입한 짧은 창작 이야기들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의 논문을 읽어온 그린이가 중학생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해 삽화가가 될 때까지 철학자에게 답장하듯 그림으로 그 감상을 전하던 것이 하나둘 쌓였다. 그래서 삽화들 가운데에는 글을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충실하게 이미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 질문하듯 받아치거나 글을 이어받은 후일담 성격을 가진 것들도 있어 아버지와 딸이 담소를 나누거나 다투듯 글과 그림이 서로 도우면서도 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 콩트이기도 하지만 철학과 그림이 마흔일곱 번 교차되는 통섭이자 아버지와 딸이 글과 그림으로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다. 사는 게 정글정글할 때, 가끔 철학자처럼 딴생각 저자는 이 책의 글과 그림을 정글에 비유한다. 그동안 철학책들이 논리 체계를 정교하게 쌓아 길을 제시해주는 도시라면, 아직 정제되지 않은 사유가 글과 그림으로 날뛰는 이 책의 이미지는 도시 속 정글에 가깝다. 정글은 단순히 문명과 대비되는 밀림의 어수선함을 가리키지 않는다. 정글에는 모험을 떠난 소년이 있고, 야한 색을 가진 독버섯도 있으며,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비밀의 숲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자면 반드시 철학 개론을 떼보겠다는 식의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잠시나마 일상으로부터 탈출해보는 짜릿한 상상일 것이다. 이러한 상상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는 아마도 다음과 같지 않을까. 가끔 눈을 돌려 일상을 낯설게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저자소개

글 김한승 어린 시절 학교 다니기를 누구보다 싫어했다. 지금은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학장으로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미학을 공부했으며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보냈던 블루밍턴이라는 미국의 작은 도시를 가끔씩 구글 지도로나마 들른다. 그곳에서 언어의 논리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논리학회장을 맡은 지금까지도 관심은 여전하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제는 논리 밖에 있는 것에 더 자주 관심이 간다. 조금은 철학자답게 스스로를 소개하자면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에 끌리는 편이고, 그 중간에 대해서는 덤덤하다. 우주 속 나의 위치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 2019년 《나는 아무개지만 그렇다고 아무나는 아니다》라는 책을 썼다. 아무나 읽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 생각이 깊어지는 책을 쓰고 싶어 한다. 밤에 달빛을 보면서 누워 있길 좋아한다. 그렇게 가만하게 누워 있으면 잠이 점점 깨는 편이다. 1993년부터 지현의 아빠로 살고 있다. 그림 김지현 무엇이든 직접 겪고 알아내길 좋아한다. 당연하게도 어렸을 때 콘센트에 열쇠를 집어넣다 감전을 체험한 적도 있다(여러분은 절대로 집에서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삼등분해 서울과 포항, 그리고 미국 중서부에 하나씩 나눠줬다. 미국 오하이오의 작은 도시 그랜빌을 구글 지도로나마 가끔씩 찾아본다. 그곳에 있는 리버럴아츠칼리지 데니슨대학을 다니면서 미술, 철학, 사진을 배웠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국제사진센터(ICP)에서 일했고, 서울시립미술관(SeMA) 시민큐레이터가 되어 ‘하이브리드 아티스트’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과자 굽기, 남의 고양이 훔쳐보기, 식물을 이곳저곳으로 옮기기, 1980년대 스웨터 모으기, 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들에게 엽서 써서 보내기를 좋아한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카메라에 큰 관심은 없다. 밝은 달이 뜨는 밤에는 월광욕을 즐기며 잔다. 햇빛 아래에서처럼 얼굴이 타지 않아 좋다. 태어나 보니 아빠 딸이 되어 있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생각의 정글에 대한 안내서 1부 정글 위 무지개 요람에서 무덤을 설계합니다/목동의 파리가 캘리포니아로 간 까닭은/맛이 좋은 맛의 달인 임팔라/북극에 살던 반달곰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큰 나무 밑에선 작은 나무라도 자란다/신기하거나, 기괴하거나 겨울 단풍/귀꺼풀/눈빛만으로는 용서를 구할 수 없다/다이어트 자본주의/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행 보험/잠들 듯 그대에게 다가가니/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아이들/다리 밑에서 주워온 강아지들/원숭이는 소망한다, 소망을 소망하기를/평범하게 비범한 인형의 꿈/나에게 액셀을 힘껏 밟아 2부 정글 속 사람들 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티끌 빼기/인생은 김빠진 맥주로 만들어진다/사물의 얼굴/이미 끝난 비극을 기도하는 사람들/꿈을 파는 사람과 꿈을 주는 사람/행복이 사라질 때 행복은 완성된다/거울 앞에서 나에게 가위바위보/어느 날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 모른다고 사과했다/70억 명 모두가 연예인인 세상/오늘도 거짓말처럼 손이 시린 정글/첫사랑 독점의 법칙/축구는 감독의 예술, 감독은 선수의 감옥/유통기한이 사라진 박쥐인간/오늘도 달콤한 시지프 씨의 하루 3부 정글로 간 철학자 결혼반지는 복잡한 세상의 액막이/김소월의 이름으로 즈려밟으소서/노래를 뺏는 사람들/공평함은 공정한가?/엄마는 아이의 추억으로 아름다워진다/아주 오래된 심장/개 귀에 제2외국어/에밀레 종소리, 에밀레종 소리/올드보이 울트라맨/셋째 아이에게서 배우는 최고와 최선의 차이/삼회전 점프의 실패를 성공하기 위하여/내 은밀한 즐거움을 당신은 모르실 거야/아들 둘을 잃은 대신 두 아들을 찾은 어머니/바다를 지워 바다를 담은 풍경화/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었어 나가는 글 기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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