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과학대학교 전자책도서관

책소개

실체보다는 미묘한 분위기와 묘사로 공포 효과를 가져오는 수준작으로 통한다. 스웨덴의 열두 살 소년이 친구와 함께 "데드 밸리"라는 죽은 골짜기에서 경험한 섬뜩한 공포를 그리고 있다. 공포 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는 이 단편에 대해서 “저명한 건축가이자 중세주의자 랠프 애덤스 크램은 분위기와 묘사의 미묘함을 통하여 모호한 공간의 공포를 기억할만한 강렬한 수준으로 달성한다.”고 호평했다.

〈책 속에서〉

내 친구 올로프 에른스바드는 스웨덴 출생이지만 어린 시절에 겪은 기이하고도 음울한 불운 때문에 고국을 떠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신의 운명을 걸어왔다. 이것은 고집 센 아이와 자존심 강하고 인정사정없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말하지 않겠으나, 이 이야기는 큰 키에 누런 수염과 슬픈 눈 그리고 어린 시절 부르던 스웨덴 노래의 애잔함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둘러싼 로맨스의 씨줄과 날줄이 되기에 충분하다.

어느 겨울 밤, 우리가 막상 막하의 체스―대부분 내가 지는―게임을 한 뒤 다시 담배 파이프에 담배를 채웠을 때, 에른스바드는 아주 오래 전, 즉 선원이 되기 전에 고국에서 겪은 일을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밤이 깊어지고 난롯불이 사위는 동안, 그의 이야기는 점점 더 기이하고 믿기지 않는 내용으로 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이야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중에 특히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이야기가 있어서 여기 옮기고자 한다. 다만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한 미묘한 어조까지 영어로 완벽하게 옮길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대로 최선을 다해 적어보겠다.

“닐스와 내가 산을 넘어 할스베리까지 간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거야. 그리고 '죽은 골짜기(데드 밸리)'를 발견한 이야기도, 그렇지? 흠, 그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말해주지. 아마 내가 열두 살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 옆집에 닐스 허베리라는 아이가 살았어. 그 아이는 나보다 몇 달 어렸지만 우린 둘도 없는 단짝이어서 뭐든 같이 했어."

저자소개

지은이 랠프 애덤스 크램
미국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소설가로 고딕 건축의 부흥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887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앵글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 평생 종교적 신념을 지켰다. 고딕건축으로의 회귀를 주창했던 그는 1920년대 “미국 감독교회 신도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표현처럼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건축가로서 확고한 위치에 오른다. 『유럽의 심장Heart of Europe』, 『고딕의 요체The Substance of Gothic』, 『풍성한 화평을 향하여Towards the Great Peace』 등 건축과 종교 관련하여 많은 책을 출간했다.

옮긴이 정진영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작품성에 비해서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세계 호러 걸작선』, 『뱀파이어 걸작선』, 『펜타메로네』, 『좀비 연대기』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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