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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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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저자
송은주 저
출판사
웨일북
출판일
2019-10-22
등록일
2020-02-19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0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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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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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 속에서

우리는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상상하고 주변의 단순한 기계들이 감정과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양전자두뇌는 고사하고 머리가 아예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 로봇청소기를 기특해하고 줄에 걸려서 헛돌면 짜증을 낸다. 인간은 자기 의도나 생각을 다른 인간, 심지어 사물들에도 투사하고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다. 로봇이 노예 취급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킨다거나 인간을 지배하고 싶어 할지 모른다는 상상도 인간의 욕망을 아무 생각 없는 기계에게 투사한 것일 뿐이다. 역지사지의 미덕을 기계에까지 발휘할 필요는 없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동일한 것을 원할 거라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는 로봇에 대한 오해와 착각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_p.83, 2부 ’기계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 중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자기 기분을 맞춰주고 자기 욕구를 받아주는 물건 같은 대상, 혹은 내 맘대로 해도 좋은 나의 일부로 바꾸어놓고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맡긴다. 상대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온갖 희생을 감수해가며 이런 관계를 유지해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로봇이라면,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도 불평하지 않을 테고 우리를 실망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일방적 관계에 익숙해지면 진짜 사람하고 맺는 관계가 오히려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터클의 책 《외로워지는 사람들》 에 달린 부제(왜 우리는 기계에게는 더 많이 기대하고 서로에게는 덜 기대하게 되는가)처럼 우리는 점점 기계에게 더 기대하고 사람에게는 덜 기대하게 된다.
_pp.123~124, 2부 ‘인공지능과 관계 맺기’ 중에서

생식용 복제를 시도한다면 인간의 타고난 결함을 개선하여 더 완벽한 인간을 만들겠다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인간 향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행될 공산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이나 마더 테레
사, 스티븐 호킹을 복제한다면 어떨까? 아니면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완벽한 ‘맞춤 아기designer baby’를 만든 다음, 이 아기를 계속 복제하는 것은 어떨까? 장기를 얻으려고 복제 인간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이렇게 복제 기술을 통해 인간 종을 개선한다는 생각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이런 시도는 공상이 아니라 벌써 현실이 되었다. 2018년 중국의 허젠쿠이 교수 연구팀은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해 충격을 주었다. 이 연구에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원하는 대로 잘라낼 수 있는 신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이용되었다.
_p.218, ‘3부 ’슈퍼휴먼을 만들 수 있다면‘ 중에서

한 번 양심에 눈감고 나를 위해 죽어야 하는 타인의 얼굴을 외면하고 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2001년 독일연방 대통령 요하네스 라우의 경고는 기억할 만하다. “인간의 생명을 일
단 한 번 도구화하기 시작한 사람, 살 가치가 있는 것과 살 가치가 없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한 사람은 정지 없는 궤도 위를 달리게 된다.” 20 자신의 운명에 단 한 번도 저항할 생각을 품지 않고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복제 인간들의 태도는 타인의 희생을 대가로 유지되는 공고한 시스템이 절대 자각할 수 없는 깊은 도덕적, 윤리적 마비 상태에 빠져 있음을 역으로 보여준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종말로
이어질 것이며, 복제 인간을 비롯하여 인간 아닌 모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한, 역사상 가장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류라는 종이 맞게 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_pp.230~231, 3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 중에서

미래의 역사가 디스토피아일지 유토피아일지 묻는다면 답은 미래가 아닌 현재와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 다른 세상에 다른 인물로 다시 태어나도 영원히 끌고 다녀야 하는 ‘업’의 개념처럼, 개인이든 인류든 지금까지 거친 모든 죄악과 영광을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넘어 과거를 완전히 끊어내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는 없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당연히 언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배 속에 태아를 품고 태어난다는 이집트 신화 속의 여신처럼, 다가올 미래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 속에 배태(胚胎)되어 있기 때문이다. 깊은 과거는 우리의 현재이자 또 한편으로 미래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에 펼쳐지는 서로 다른 시간들은 한 방향으로, 한 줄기로만 흐르지 않고 겹치고 이어지고 갈라진다.
이렇게 현재와 과거, 미래를 다른 시간을 향해 열어놓는 영원회귀 개념은 시간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환생의 개념을 통해 인종과 성별을 넘어 개인들의 관계, 더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도 문을 열어놓는 것이다.
_pp.327~328, 5부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이야기들, 다시 태어나는 영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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